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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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 5 / ?

얼마 되지도 않는 과거에 글 쓰는 것을 즐겼던 시기가 있었다. 공책과 볼펜이 갓 사귄 연인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다. 어찌 보면 흰 상태의 종이를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허나 불변은 없다고 했었나. 가을 잔바람에 낙엽이 흩어지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그 뿌듯한 습관은 사라져 갔다. 이래서는 도무지 매일 일기를 쓰겠다는 그 단순거창한 소망을 이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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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서 17.11. 4 / ?

의무실 한구석에 오래된 약 포장기가 놓여 있다. 끼익... 끽 환자가 올 때마다 버거운 관절은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는데, 가만히 지켜볼 양 싶으면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할는지 의문이 생기곤 한다. 단지 생명이 없다는 이유로 수많은 나날을 혹사당한 그것. 사람들은 나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저 오래된 약 포장기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 맹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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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어느 날 17. 7.15 / ?

벌레에게 꿈이 있다면 우리는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가벼이 죽일 수 있는가 스스로도 찾지 못한 삶의 목적을 행하는 뜻 없는 날갯짓에 심심한 응원을 보낸다. 연둣빛 푸릇한 풀보다는 빛바랜 건초가 좋다 갈색의, 혹은 베이지색의 어떤 것이 좋아서일까? 아니. 그보다는 모든 걸 끝낸 그들이 부러워서겠지 하얗다. 차갑다. 포근하다. 보드랍다. 눈을 느끼는 몇몇의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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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17. 7.14 / ?

무언가에 대해, 그것이 생명체든 무생물이든 추상적 개념이든 어쨌거나 오롯이 책임감 혹은 사명감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었는가? 그것을 위해 나 스스로를 잊을 만큼 헌신했던 적이 있었는가? 누구에게 내놓아도 자신감 있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만한 때가 있었는가? 인생을 통틀어 열정이란 감정이 존재했었느냐는 말이다. 늘 나에게 주어진 권한과 혜택에만 집중하고 그에 따른 책임으로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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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_혹은 편견 17. 7. 7 / ?

누군가를 깊게 의심하게 되면 웬만해서는 빼기가 힘들다. 자리 잡힌 오해만큼 다양한 시나리오가 몇 편씩 완성되어 간다. 결국에는 내가 생각하는 것 자체도 의심하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맞는가? 밀란 쿤데라는 「무의미의 축제」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다투고 그러지. 서로 다른 시간의 시점에 놓인 전망대에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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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잠 17. 6. 6 / 23:30

단순한 진리를 찾기 위해서도 그 절반의 두 배를 뛰어넘는 노력을 해야 함에는 틀림이 없는데도 그 절반의 절반도 채 못 미치는 게으름을 언제까지 받아주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나는 다만 스스로 정해놓은 틀을 멍하니 바라보며 우러르고 현재의 모습을 기대에 비교하며 자책하고 열등감을 느끼길 지속하는 어리석은 자아입니다. 변화를 추구하되 행동을 두려워하고 성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