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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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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 공고 25.10.18 / 23:39

저를 죽여주세요. 스스로 죽기에는 너무나도 겁이 많습니다. 가족들에게 멀쩡한 얼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기기증을 해야 합니다. 꽤나 어렵겠지만 상흔이 없게 부탁드립니다. 요청이 많지요? 당신은 죄가 없습니다. 아무 잘못도 아닙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을 탓하지 말라 글을 남기는 것뿐입니다. 죄송합니다.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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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자 하는 것을 볼 수 있기를 25. 7.16 / 23:42

얼룩이 아른거리는 어지러운 수정체. 활자를 담지 못하는 눈동자. 너는 무엇을 보고 있니. 정말 원하는 것을 보고 있는 거니. 불수의적 움직임에 편승하여 끌려가는 중이니. 두 눈을 후벼파고 맹인으로 살아가면 오히려 나을까. 나의 시선, 나의 의식, 나의 생각 아무리 닦아내어도 도무지 뿌연 백탁이 사라지지 않는 나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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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두질의 시간 25. 5.18 / 00:48

다가가야 한대도 그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앞으로도 무엇을 이루기는 불가하다는 말과 같다. 군중 속에서 나는 다시금 웅크린다. 내 존재의 필요성이 옅어지는 순간이다. 별일 없던 몇 달은 본인을 나아가게 하기는커녕 고약한 속내를 한차례 끓여 응어리지게 할 뿐이었다. 인간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또 다른 거죽을 한 꺼풀 뒤집어쓸 뿐이다. 이제는 여분의 거죽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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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25. 3. 8 / 00:08

우울은 마치 먼지와도 같아서 아무리 떼어내려 하여도 몇 개의 조각은 항시 붙어있기 마련이다. 우울이 먼지와 다른 점은 좀처럼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그것이 누르는 무게는 실로 상당하다.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든지 깔아 누르려는 무시무시한 공포. 나는 그것을 참 두려워한다. 그리고 녀석이 조만간 찾아오려 한다는 것을 느낀다. 찬장의 컵들이 달그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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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세상이 되려면 24. 7.24 / 01:14

세상은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재미없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외향적인 인간상. 혹은 외향적으로 보이려 노력하는 사람만이 이 인간 사회에 속할 수 있다. 소위 스몰토크라는 것을 하지 못한다면 누군가와 더 이상의 관계를 이룰 수 없다. 농담과 재치, 센스가 없는 사람과는 친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교 생활, 이성 관계에 서툰 사람을 모자란 존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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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벽 24. 7.20 / 04:54

성숙함에는 경험이 녹아있다. 그러나 나는 연애도 해외여행도 경험하지 못했다. 유행에 민감하지도 못하다. 알바를 많이 한 것도 아니다. 나의 하찮은 경험들은 타인 모두가 경험했으나 나는 그들의 경험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게임도 운동도 기계도 힙합도 자동차도 관심이 없다. 같은 성별 대다수의 특징을 나는 공유하지 못한다. 타인은 신선한 경험에 호기심을 느낀다. 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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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는 공석입니다 24. 7.19 / 00:37

나는 버스로 출퇴근을 한다. 그리고 대체로 꽤 편하게 오가는 편이다. 내 옆자리에는 좀처럼 누군가 앉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든 자리가 차있어 이곳에 밖에 앉을 곳이 없다고 할지라도. 미루어 짐작건대 인간 자체로의 매력적 요소가 심히 부족하여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무표정으로 가만히 창밖을 보거나 정면을 응시하는 단순한 모습도 타인의 시선으로 보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