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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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감상문에 대한 짤막한 대담

Q. 왜 독서 감상문을 쓰지 않나요? A. 그 양이 부담이 됩니다. Q. 포상을 생각하고 쓰려는 겁니까? A. 포상은 노력에 대한 혹은 독서에 투자한 시간에 대한 부가적 보상에 불과합니다. Q. 그럼 굳이 포상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건데, 왜 800 자라는 분량에 초점을 맞추시는 건가요? A. 에... 그건 말이죠. 음, 생각해 보니 단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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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점호를 하며 17.12.20 / ?

아침점호엔 연병장에 나간다. 겨울 특유의 늦은 일출 탓에 여전히 떠 있는 별의 잔재. 잠자리에서 미적거리듯 연붉은 빛이 서서히 번지면 나는 연속된 시간의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곤 한다.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며 가만히 올려다보니 퍽 잔잔하고 은은하기 그지없다. 그러기도 잠시. 곧이어 찾아오는 냉기에 어디에선가 해를 빌려 올 수는 없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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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 5 / ?

얼마 되지도 않는 과거에 글 쓰는 것을 즐겼던 시기가 있었다. 공책과 볼펜이 갓 사귄 연인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다. 어찌 보면 흰 상태의 종이를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허나 불변은 없다고 했었나. 가을 잔바람에 낙엽이 흩어지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그 뿌듯한 습관은 사라져 갔다. 이래서는 도무지 매일 일기를 쓰겠다는 그 단순거창한 소망을 이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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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서 17.11. 4 - (1) / ?

의무실 한구석에 오래된 약 포장기가 놓여 있다. 끼익... 끽 환자가 올 때마다 버거운 관절은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는데, 가만히 지켜볼 양 싶으면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할는지 의문이 생기곤 한다. 단지 생명이 없다는 이유로 수많은 나날을 혹사당한 그것. 사람들은 나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저 오래된 약 포장기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 맹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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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소망 17.10.29 / ?

계속된 비에 약해질 만큼 약해진 사면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엔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안일한 생각으로 그저 지켜만 보던 이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허탈한 표정이 서려 있다. 손을 쓸 수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무력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음...... 죽을까.' 5년을 넘도록 청춘을 바쳐 이 일에 가장 애정을 보였던 순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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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하 17. 8. 1 / ?

왜 모든 하루하루가 의미 있고 알차야 하지? 어째서 낙서로 채워진 공책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거지?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싶다. 아-무 고민 없이 아-무 걱정 없이 차라리 돌이라면 좋겠어 그러나 혹시 모르지. 돌도 돌 나름의 걱정과 고민이 있을지. 단지 우리는 그 소리를 느끼지 못할 뿐이고. 만약 사실이라면 지구는 생각보다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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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어느 날 17. 7.15 / ?

벌레에게 꿈이 있다면 우리는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가벼이 죽일 수 있는가 스스로도 찾지 못한 삶의 목적을 행하는 뜻 없는 날갯짓에 심심한 응원을 보낸다. 연둣빛 푸릇한 풀보다는 빛바랜 건초가 좋다 갈색의, 혹은 베이지색의 어떤 것이 좋아서일까? 아니. 그보다는 모든 걸 끝낸 그들이 부러워서겠지 하얗다. 차갑다. 포근하다. 보드랍다. 눈을 느끼는 몇몇의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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