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조각

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심기복(甚起伏)

즉흥적이며 깊이 없고 불규칙적인 기록의 산물,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끝없는 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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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자 하는 것을 볼 수 있기를 25. 7.16 / 23:42

얼룩이 아른거리는 어지러운 수정체. 활자를 담지 못하는 눈동자. 너는 무엇을 보고 있니. 정말 원하는 것을 보고 있는 거니. 불수의적 움직임에 편승하여 끌려가는 중이니. 두 눈을 후벼파고 맹인으로 살아가면 오히려 나을까. 나의 시선, 나의 의식, 나의 생각 아무리 닦아내어도 도무지 뿌연 백탁이 사라지지 않는 나의 눈동자.

무두질의 시간 25. 5.18 / 00:48

다가가야 한대도 그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앞으로도 무엇을 이루기는 불가하다는 말과 같다. 군중 속에서 나는 다시금 웅크린다. 내 존재의 필요성이 옅어지는 순간이다. 별일 없던 몇 달은 본인을 나아가게 하기는커녕 고약한 속내를 한차례 끓여 응어리지게 할 뿐이었다. 인간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또 다른 거죽을 한 꺼풀 뒤집어쓸 뿐이다. 이제는 여분의 거죽조차

먼지 25. 3. 8 / 00:08

우울은 마치 먼지와도 같아서 아무리 떼어내려 하여도 몇 개의 조각은 항시 붙어있기 마련이다. 우울이 먼지와 다른 점은 좀처럼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그것이 누르는 무게는 실로 상당하다.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든지 깔아 누르려는 무시무시한 공포. 나는 그것을 참 두려워한다. 그리고 녀석이 조만간 찾아오려 한다는 것을 느낀다. 찬장의 컵들이 달그락거린다.

끊임없는 한쪽을 찾는 여정 24.12.18 / 22:34

오래전 그리고 근래에 이르기까지 나는 한쪽이 없음을 당연시했다. 스스로의 모습을 비추어보서라도 혹은 성격상의 이유로라도 말이다. 하나 최근 들어 그 생각이 미묘히 일탈을 하기 시작했다. 자꾸만 목이 마른 사막의 모래에 내 마음을 비유했던 것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가치관의 변화인지는 모르겠다. 알 수 있는 사실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 그리고

스물의 끄트머리 24.12. 4 / 21:26

12월은 다음이 없다.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달이다. 나는 아직 여기에 머무는데 말이다. 나이라던가 경험이라는 것들은 쌓지지만 그것이 꼭 시간과 비례하지는 않기에 다른 이들과 나는 조금씩 아니, 꽤 큼직한 걸음으로 멀어지는 중이다. 수많은 초침들이 지나간 후 보일 미래는 여전히 미지수이나 내 모습이 환하게 웃기를 바란다. 비록 끝없는 바닥을 향해 머리를

가을 24.10.25 / 22:54

단풍이 들고 은행이 떨어지는 것은 올해의 끝을 고하는 시한부 선고일까. 정신과를 다니고 약을 복용하지만 이것이 해결책이 아님을 안다. 한 모금의 담배연기와 한 모금의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안정과 불안정의 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그 중간에서 일상을 영위하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티를 내버려두고 살갗을 파고드는 열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다가올 미래를 그리는 몇 가지의

회의감 24. 9.21 / 06:42

불금이다. 6시간 전에는 그랬지. 지금은 비 오는 토요일의 새벽이지만. 오래간만에 소주 페트 한 병을 비웠다. 나름대로 긍정의 무언가로 바뀌어보고자 한 최근의 몇 개월. 날씨의 영향이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연탄을 피웠던 날도 첫눈이 오던 날이었던걸.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니 새삼 왜 이러고 있나 싶다. 시작부터 급작스러웠던 금연도 그 목적성을 생각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