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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각

아침점호를 하며 17.12.20 / ?

아침점호엔 연병장에 나간다. 겨울 특유의 늦은 일출 탓에 여전히 떠 있는 별의 잔재. 잠자리에서 미적거리듯 연붉은 빛이 서서히 번지면 나는 연속된 시간의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곤 한다.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며 가만히 올려다보니 퍽 잔잔하고 은은하기 그지없다. 그러기도 잠시. 곧이어 찾아오는 냉기에 어디에선가 해를 빌려 올 수는 없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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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 5 / ?

얼마 되지도 않는 과거에 글 쓰는 것을 즐겼던 시기가 있었다. 공책과 볼펜이 갓 사귄 연인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다. 어찌 보면 흰 상태의 종이를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허나 불변은 없다고 했었나. 가을 잔바람에 낙엽이 흩어지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그 뿌듯한 습관은 사라져 갔다. 이래서는 도무지 매일 일기를 쓰겠다는 그 단순거창한 소망을 이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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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서 17.11. 4 / ?

의무실 한구석에 오래된 약 포장기가 놓여 있다. 끼익... 끽 환자가 올 때마다 버거운 관절은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는데, 가만히 지켜볼 양 싶으면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할는지 의문이 생기곤 한다. 단지 생명이 없다는 이유로 수많은 나날을 혹사당한 그것. 사람들은 나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저 오래된 약 포장기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 맹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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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어느 날 17. 7.15 / ?

벌레에게 꿈이 있다면 우리는 무슨 자격으로 그들을 가벼이 죽일 수 있는가 스스로도 찾지 못한 삶의 목적을 행하는 뜻 없는 날갯짓에 심심한 응원을 보낸다. 연둣빛 푸릇한 풀보다는 빛바랜 건초가 좋다 갈색의, 혹은 베이지색의 어떤 것이 좋아서일까? 아니. 그보다는 모든 걸 끝낸 그들이 부러워서겠지 하얗다. 차갑다. 포근하다. 보드랍다. 눈을 느끼는 몇몇의 감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