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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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쥐선생 22.11.21 / 01:42

나무가 되고 싶었다. 돌멩이가 되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으며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기에. 그저 가만히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고 심지어 굉장한 외로움이 함께 찾아왔다. 지금 나는 나무가 되었나. 지금 나는 돌멩이가 되었나. 그냥 놔둬도 잘만 자랄 줄 착각했던 나무는 방 한구석에서 말라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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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어법 22.11.12 / 00:45

이 주쯤 되었나. 거실 등이 나갔다. 이틀 전에는 안방 등도 나갔다. 화장실에 곰팡이가 꽤 늘었다. 널브러진 옷가지들은 단조로운 걸음을 리듬감 있게 만들어주고 눅눅한 이불은 마치 구름 속에 누워 있는 듯 착각하게 한다. 베란다의 재떨이에는 꽁초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며 싱크대 속 그릇에는 새 생명이 탄생 중이다. 현관에는 재활용센터가 개업해 성황리에 오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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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 22.10. 7 / 20:38

가을. 10월의 초입이 되어서야 낮마저 쌀쌀한 느낌을 풍긴다. 얼마 후면 모래시계가 흘러가듯 낙엽이 내리겠지. 그 낙엽은 쌓이고 썩어서 다음 봄의 수많은 생명들에게 양분이 되리라. 얼마나 고귀하고 뜻있는 마지막인가. 살아서는 그늘이 되어주고 황혼에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죽어서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림이 없는 나무. 이름에 '나무 수'가 있으나 어디에도 쓰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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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문턱에서 22. 8.29 / 20:55

가을이 코앞이다. 요 근래의 쌀쌀함을 보면 이미 왔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낄새도 없이 공기는 빠르게 차가워지겠지. 어느새 겨울이 될 것이며 삶은, 길을 가다 쥐여주는 전단지처럼 일 년을 다시 건네줄 것이다. 새로움을 찾는 것은 퍽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라 게으른 나는 좀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런 탓에 앞으로도 꽤나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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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선택 22. 3. 4 / 15:08

바람이 엄청 분다.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잿빛이다. 첫 수업 후 시간이 꽤 비어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사전투표도 하고 온 참이다. 센터에 들어오자마자 대표는 누구를 찍었냐고 몇 번이고 물어본다. 어물쩍 얼버무렸지만 정말이지 불편하기 그지없다. 내가 한 투표에 얼마큼 확신이 있는가 한다면 나는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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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3. 2 / 19:32

우연히 퇴근시간이 맞았는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동료 언어 선생님이 왔다. 그러나 나도, 그 선생님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애써 무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 왜일까? 그동안 쌓인 밀쳐냄을 담아두었기 때문일지도. 그 선생님 또한 직장 밖에서 굳이 아는 척을 하며 불편한 퇴근시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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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 없는 답장을 기다리다가 22. 2.23 / 14:33

수업이 취소되어 심심하길래 다시 노트를 폈다. 답장이란 무엇일까? 글로 이루어진 상대방의 말에 대한 대답이다. 답장이 늦거나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전기세 고지서나 영국에서 시작된 행운의 편지에 답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관심이 없고 답장을 해도 받는 사람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은 어떤가. 내가 어떤 경우에 답장이 늦는가를 잘 떠올리면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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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3 / 13:35

임인년 들어 첫 기록이다. 지난주 일-월을 투자해 갑작스러운 제주도를 다녀온 지 벌써 이틀이 지나있을만큼 시간을 빠르고 여전히 긍정보다 부정이 많은 하루하루다. 급하다. 서두르게 되며 빠른 결과만을 바란다. 천천히 기다릴 줄 모르고 먼 미래를 그리지 못하며 타인의 이야기는 기계가 돌아가다 생긴 기름때 정도로 치부한다. 포기했다 말하지만 여전히 미련이 아른거린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