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수 22.10. 7 / 20:38

Share


가을.

10월의 초입이 되어서야 낮마저 쌀쌀한 느낌을 풍긴다.

얼마 후면 모래시계가 흘러가듯 낙엽이 내리겠지.

그 낙엽은 쌓이고 썩어서 다음 봄의 수많은 생명들에게 양분이 되리라.

얼마나 고귀하고 뜻있는 마지막인가.

살아서는 그늘이 되어주고 황혼에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죽어서까지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림이 없는 나무.

이름에 '나무 수'가 있으나 어디에도 쓰임이 없는 나는 그러지 못함을 상당히 슬프게 느낀다.

누군가가 이름대로 사는 만큼 누군가는 이름처럼 살지 못하는 것일까.

기어코 이름까지 뒤적거리는 내가 한심스러워 얼른 글을 마친다.

Read more

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