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24.10. 3 / 05:09
1)
5개월 남짓.
한 계절과 절반.
더위로 점철된 기다란 여름 동안 변화를 꾀했으나 다시금 돌아온 나의 제자리.
인간의 본성은 쉬이 바뀌지 않나 보다.
무언가를 깨달은 양 여기저기 떠벌린 주제넘은 말들이 부끄럽게 다가온다.
2)
2주 전쯤 되었을까.
큰 대교의 중턱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웠다.
아침이었다.
얼마쯤 있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말을 걸기에 일어나 보았더니
경찰차와 소방차가 내 뒤에 늘어서 있었다.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받고 그대로 인계되어 경찰서로 갔다.
부모님에게 연락이 갔고 아무라도 와서 나를 데려가야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건대에 살던 동생이 왔다.
그길로 나를 끌고 건대로 나를 데려갔다.
옷을 몇 벌 샀다.
동생의 욕설과 강요에 의해서였다.
그래도 꽤 마음에 들었다.
해가 저물고 술을 마셨다.
동이 틀 때까지 3병도 넘게 마셨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모두 기억에 남은 멀쩡한 정신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자살예방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경찰에서 정보가 인계되었닸다.
당장에는 큰 생각이 없었다.
또 며칠이 지났다.
연락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통화를 하며 날을 잡았다.
오늘 그곳에 다녀왔다.
상담과 간이 검사를 진행했다.
스스로는 우울을 빙자한 동정심 유발자
혹은 여타 내 또래의 일반적인 정도라고 여겼다.
하나 치료가 필요한 중등도의 우울증이라는 답을 들었다.
술도 줄이라고 한다.
알코올 중독 고위험군이라고.
그럼에도 지금 나는 술을 꽤 마신 상태이다.
벌이가 시원찮아 카드값이 밀리고
몇 개월 뒤에 이사도 가야 해 머리가 복잡하지만
앞날을 향한 치밀한 계획이나
집요한 정보를 찾는 일 따위는 너무나 귀찮게 다가온다.
오늘의 상담에서 유달리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자살을 시도하고 말고를 떠나
장애를 남기고 사는 이가 많으니 신중하라.'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실패하지 않을까.
나에겐 다가올 앞날보다 더욱 중요한 고민거리이다.
친구와 가족과 나눈 미래,
그리고 변화를 다짐한 약속을 지키지 못함을
참으로 아쉽게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