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공고 25.10.18 / 23:39

Share


저를 죽여주세요.

스스로 죽기에는 너무나도 겁이 많습니다.

가족들에게 멀쩡한 얼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기기증을 해야 합니다.

꽤나 어렵겠지만 상흔이 없게 부탁드립니다.

요청이 많지요?

당신은 죄가 없습니다.

아무 잘못도 아닙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을 탓하지 말라 글을 남기는 것뿐입니다.

죄송합니다.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주세요.

미래에 기약한 몇몇 것이 떠오릅니다.

누구와 한 약속인지 말씀드리기엔 곤란합니다.

그저... 그저,

딱 그것까지만 하고 가겠습니다.

너무 오래 지나지는 않을 겁니다.

어쩌면 그전에 다시 부탁을 드리겠지만.

아니 된다고.

그것까지만 하라고.

그렇게 말려주시면 참으로 고맙겠습니다.

반드시 저를 죽일 날이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누군가의 호의를 곡해하고 내치는 사람은

밝은 분위기를 존재만으로 망가뜨리는 그런 사람은

세상의 웃음을 해치는 사람은 없어지는 것이 마땅하니까.

그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조심히 가세요.

또 만나요.

저... 아니, 아닙니다.

또 만나요.

작문 배경곡: 옥상달빛 - 약속할게 난 죽지 않아

Read more

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