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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기

20.11. 1 / ?

어제부터 호연, 성익, 주미와 포항 여행 중이다. 조개구이는 맛있었고 불꽃놀이는 반가웠다. 지금 '더 포치'라는 철길 옆 카페에 와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또 솔직한 감정을 표현 가능한 사람들과의 만남이지만 벌써부터 이것이 끝났을 때의 허전함이 걱정으로 다가온다. 틈틈이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이 삶의 주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작은 행복이

글조각

어리석은 희망이었을까 20. 7.19 / 15:39

지하에 사는 한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집 앞에 우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창고 한구석에 처박힌 오래된 삽을 들고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흙을 퍼올린다. 며칠이 지날 무렵 여느 때처럼 삽을 들고 구덩이로 들어간 그는 희미하게 올라온 물웅덩이를 발견한다. 그는 신이 나서 파내고 파내고 또 팠다. 이윽고

글조각

부스러기 글 조각들 / ?

1. 소나기처럼 내리는 달빛에 젖지 않으려 그들은 필사적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2. 그는 이미 지구 속에서 우주라는 무중력을 살고 있었다. 자의식이라곤 없이 이미 쏘아진 채로 살아가고 있었기에 3. 몇 장 없는 옷들로 어떻게든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본인의 언어능력 내에서 최대한 거짓말을 하려는 듯했다. 4. 쉬는 일조차 피곤한 사람이

글조각

복화술 19.10.12 / 04:00

나를 사랑하지 말아요 오늘과 다를 테니 나를 사랑하지 말아요 오늘과 같을 테니 낮과 밤의 저는 스스로 속고 속이는 거짓을 일삼고 자신마저 믿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얼마나 엉망일지 기대하는 것이 하루를 보내는 낙이고 바람에 날리는 잎사귀가 부럽고는 합니다 돌멩이는 나의 우상 나무도 나의 우상 그저 그대로 가만히만 있고 싶은데

하루 일기

건져낼 수 없는 오래된 부유물 19. 7.16 / 03:01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잊어버렸다. 아니, 잃어버린 걸지도. 끊임없이 주변을 신경 쓰고 있으며, 스스로 사색하는 것이 어렵다. 고요를 두려워하고 무언가에 쫓긴 듯 불안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것은 회피하며 하나둘씩 중독되는 것이 늘어간다. 절제 대신 흠뻑 젖어들어 빠져나오고자 하는 노력 따위는 없어진 지 오래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나겠지. 조그만 실수에도 큰 허탈감을

하루 일기

진전없는 방황의 기간들에 대해 19. 4.22

오래간만의 글이다. 나는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늘 중요한 순간마다 그래온 의미 없는 방황을 했다. 자, 그럼 그동안에 무엇을 하였는지 늘어놔볼까. 흡연과 잠과 술과 독서와 흡연과 잠. 다음날 잠과 술과 흡연과 독서와 잠깐의 노동. 그리고 다시 잠과 술과 흡연과 독서와 흡연과 잠깐의 노동. 허...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22일인 어제는 계산

글조각

자기로부터의 18.12.14 / ?

배역이 정해진다. 당신은 말할 것 없이 주인공이지. 여러분은 주인공을 받쳐주는 조연 역할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너. 너는 배경이나 들고 서 있어. 그렇게 나는 배경이 되었다. 대사나 변화는 기대할 수 없는. 그래서 눈앞에 무슨 일이 일어나던 바라만 볼밖에 없는. 배경은 늘 주목받는 주인공 아니, 그와 섞여 하나의 인격체로서 작용하는 수많은 조연들마저 부러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