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화술 19.10.12 / 04:00
나를 사랑하지 말아요
오늘과 다를 테니
나를 사랑하지 말아요
오늘과 같을 테니
낮과 밤의 저는
스스로 속고 속이는 거짓을 일삼고
자신마저 믿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얼마나 엉망일지 기대하는 것이
하루를 보내는 낙이고
바람에 날리는 잎사귀가
부럽고는 합니다
돌멩이는 나의 우상
나무도 나의 우상
그저 그대로 가만히만 있고 싶은데
머리를 떼어내어 씻고만 싶은데
끊임없이 솟아나는 무수한 생각들이
더 담길 곳이 없어 눈으로, 코로, 입으로 새어 나오네
흘러라 흘러라 시궁창으로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것들
한 인간으로서 태어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지만
목적 잃은 -그전에 목적이 있었을까- 존재는
모든 감각이 죽음으로 향합니다
수시로 변하는 감정들을 연료로 때워
겨우 움직이는 몸뚱어리가
기어코 그 쓰임을 찾아 헤매겠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이 가여운 여정의 끝을
아마도 시간이 많지는 않겠지요
나를 사랑해줘요
당신이 아는 것과 같을 테니
나를 사랑해줘요
당신이 아는 것과 다를 테니
또다시 거짓.
어쩌면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