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화술 19.10.12 /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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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말아요

오늘과 다를 테니

나를 사랑하지 말아요

오늘과 같을 테니

낮과 밤의 저는

스스로 속고 속이는 거짓을 일삼고

자신마저 믿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는

얼마나 엉망일지 기대하는 것이

하루를 보내는 낙이고

바람에 날리는 잎사귀가

부럽고는 합니다

돌멩이는 나의 우상

나무도 나의 우상

그저 그대로 가만히만 있고 싶은데

머리를 떼어내어 씻고만 싶은데

끊임없이 솟아나는 무수한 생각들이

더 담길 곳이 없어 눈으로, 코로, 입으로 새어 나오네

흘러라 흘러라 시궁창으로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것들

한 인간으로서 태어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지만

목적 잃은 -그전에 목적이 있었을까- 존재는

모든 감각이 죽음으로 향합니다

수시로 변하는 감정들을 연료로 때워

겨우 움직이는 몸뚱어리가

기어코 그 쓰임을 찾아 헤매겠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이 가여운 여정의 끝을

아마도 시간이 많지는 않겠지요

나를 사랑해줘요

당신이 아는 것과 같을 테니

나를 사랑해줘요

당신이 아는 것과 다를 테니

또다시 거짓.

어쩌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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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