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희망이었을까 20. 7.19 / 15:39
지하에 사는 한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집 앞에 우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창고 한구석에 처박힌 오래된 삽을 들고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흙을 퍼올린다.
며칠이 지날 무렵 여느 때처럼 삽을 들고 구덩이로 들어간 그는
희미하게 올라온 물웅덩이를 발견한다.
그는 신이 나서 파내고 파내고 또 팠다.
이윽고 솟아난 물에 정신없이 입을 대고 마신다.
그런데 이상하다.
물이 어디론가 흘러간다.
고개를 처박고 엉금엉금 쫓아가 보니 익숙한 장소가 나온다.
쉰내 나는 이불이 있는 방, 기름때가 찌든 부엌
곰팡이가 가득한 벽지와 어두운 화장실.
그리고 고개를 든 그의 눈앞에는 물줄기가 솟아나는 자신의 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