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희망이었을까 20. 7.19 /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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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사는 한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그는 집 앞에 우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창고 한구석에 처박힌 오래된 삽을 들고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흙을 퍼올린다.

며칠이 지날 무렵 여느 때처럼 삽을 들고 구덩이로 들어간 그는

희미하게 올라온 물웅덩이를 발견한다.

그는 신이 나서 파내고 파내고 또 팠다.

이윽고 솟아난 물에 정신없이 입을 대고 마신다.

그런데 이상하다.

물이 어디론가 흘러간다.

고개를 처박고 엉금엉금 쫓아가 보니 익숙한 장소가 나온다.

쉰내 나는 이불이 있는 방, 기름때가 찌든 부엌

곰팡이가 가득한 벽지와 어두운 화장실.

그리고 고개를 든 그의 눈앞에는 물줄기가 솟아나는 자신의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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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