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조각
참을 수 없는 두려움 22. 7.18 / 01:03
사과는 두렵다. 일의 경중을 떠나 분명히 무언가 잘못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임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스스로 타인에게 짜증, 분노, 배신감 혹은 어떤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사과를 위해서는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변명보다 인정을 해야 한다. 그 무섭도록 선명한 진실을 회피하고픈 생각이 끊임없이 들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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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두렵다. 일의 경중을 떠나 분명히 무언가 잘못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임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스스로 타인에게 짜증, 분노, 배신감 혹은 어떤 부정적 감정을 일으킨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으로 다가온다. 사과를 위해서는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변명보다 인정을 해야 한다. 그 무섭도록 선명한 진실을 회피하고픈 생각이 끊임없이 들면서도
시선집
I.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II.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하루 일기
바람이 엄청 분다.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잿빛이다. 첫 수업 후 시간이 꽤 비어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사전투표도 하고 온 참이다. 센터에 들어오자마자 대표는 누구를 찍었냐고 몇 번이고 물어본다. 어물쩍 얼버무렸지만 정말이지 불편하기 그지없다. 내가 한 투표에 얼마큼 확신이 있는가 한다면 나는 '글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하루 일기
우연히 퇴근시간이 맞았는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동료 언어 선생님이 왔다. 그러나 나도, 그 선생님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애써 무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 왜일까? 그동안 쌓인 밀쳐냄을 담아두었기 때문일지도. 그 선생님 또한 직장 밖에서 굳이 아는 척을 하며 불편한 퇴근시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하루 일기
수업이 취소되어 심심하길래 다시 노트를 폈다. 답장이란 무엇일까? 글로 이루어진 상대방의 말에 대한 대답이다. 답장이 늦거나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전기세 고지서나 영국에서 시작된 행운의 편지에 답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관심이 없고 답장을 해도 받는 사람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은 어떤가. 내가 어떤 경우에 답장이 늦는가를 잘 떠올리면 어렵지
하루 일기
임인년 들어 첫 기록이다. 지난주 일-월을 투자해 갑작스러운 제주도를 다녀온 지 벌써 이틀이 지나있을만큼 시간을 빠르고 여전히 긍정보다 부정이 많은 하루하루다. 급하다. 서두르게 되며 빠른 결과만을 바란다. 천천히 기다릴 줄 모르고 먼 미래를 그리지 못하며 타인의 이야기는 기계가 돌아가다 생긴 기름때 정도로 치부한다. 포기했다 말하지만 여전히 미련이 아른거린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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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수많은 기억을 수집하도록 어느 존재가 만들어 낸 도구는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자아가 있는 인공위성이랄까. - 강릉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설원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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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눈 오는 날의 버스 안. 누군가가 창문을 연 것 같다. 찬바람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주변의 공기는 서늘해진다. 처음에는 그저 창문을 닫아주길 바라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 자체가 미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한겨울의 창문이 열린 창가 자리에 나의 존재가 겹쳐진다. - 출근하는 773 버스 안에서
글조각
가끔씩 마음이라는 세입자가 전세라는 것을 잊은 듯 집안 곳곳을 헤집어 놓고는 한다. 누구보다 답답한 집주인이지만 어찌해볼 도리도 없이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집주인은 원래 그런 집인 양 초연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때쯤이면 집은 어느새 누구도 발을 들이기 꺼려 하는 장소로 변해있고 집주인은 세입자와 함께 본인의 집을 망가뜨리는 자신을
글조각
해가 비친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밝은 빛이 동공 속까지 스며드는 느낌에 얼른 눈을 감는다. 잠시 뒤 눈을 떴지만 여전히 시선이 닿는 곳곳에 태양이 남아있다. 나는 기분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래야만 한다. 언젠가 그렇게 될 것이므로. 그날을 위해 긍정의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구석 어딘가에 박아두자. 나는 밝은 사람일 테니까.
하루 일기
6명의 아동을 치료했다. 한 달 전보다 1명이 줄었다. 그래도 오늘은 꽤 많은 편이다. 목요일은 기어이 2명까지 줄었으니 말이다. 여름이 다가오니 해가 길어 여전히 버스 창문 밖은 밝다. 엊그제 민환이 형네 아이가 태어났다. 가벼운 축하를 했다. 정말 행복하겠지? 나에게도 그런 행복이 찾아올 수 있을까. 나는 그런 행복을 기대하고 있는가? 모르겠다. 이전의
하루 일기
7명의 아동을 치료했다. 모든 치료를 마치고 실장님의 조음음운장애 중간고사 시험을 보조했다. 이후 햄버거를 얻어먹고 현재 오랜만에 지하철로 퇴근하는 길이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그리 붐비지 않아 바로 앉을 수 있었다. 날이 참 좋다. 낮에는 덥더니 해가 지고 선선히 바람이 불어 딱 적당하다고 느껴진다. 집안 꼴은 개판이다. 배달음식 용기가 밥상에 쌓여있고 이불은 흩날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