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벽 24. 7.20 /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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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함에는 경험이 녹아있다.

그러나 나는 연애도 해외여행도 경험하지 못했다.

유행에 민감하지도 못하다.

알바를 많이 한 것도 아니다.

나의 하찮은 경험들은 타인 모두가 경험했으나

나는 그들의 경험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게임도 운동도 기계도 힙합도 자동차도 관심이 없다.

같은 성별 대다수의 특징을 나는 공유하지 못한다.

타인은 신선한 경험에 호기심을 느낀다.

나는 그 관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람이다.

누군가를 주도하거나 지시하지도 못한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상황을 휘어잡거나

사건 사고에 스스로 해결하려는 리더십 따위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은 본인보다 나은 사람, 본인보다 어른 같은 이에게 기대려 한다.

나는 그러하지 않다.

아주 저렴하고 보잘것없는 것들로 둘러싸인 어렴풋한 미성숙 인격체이다.

그러함으로 나는 나를 이해한다.

나조차도 무시하고 폄하하는 그 존재를.

따라서 타인이 나에게 의지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나의 보잘것없는 말조각을

나의 같잖은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의 하찮은 도움을 가벼이 무시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나에게서 일말의 듬직함을 찾을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나로부터 조금의 기댐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나로부터 심적 안정감을 느끼지 않음을 받아들인다.

도리어 그렇지 않다고 하면 불안감을 느낄 나이기에.

작문 배경곡: 김수영 - 그때의 우리를 기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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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