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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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을 모아(2) 24. 6.18 / 01:42

하늘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것은 달뿐이다. 그러나 고개를 조금 숙이면 땅 위의 수많은 별들. 나는 가짜 하늘을 보고 있는 것일까. - 24. 6.12 / 자정 몇 분 전 퇴근하는 버스 창가에서 약간의 졸음에 져주듯이 눈을 감는다. 늦은 오후의 볕이 눈꺼풀을 주홍빛으로 물들인다. 나는 이대로 눈을 떴을 때 무인도라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 2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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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24. 3.31 / 05:30

몇 분의 독자와 가끔씩 들르는 손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여러분 안녕하신지요. 각자의 삶에서 고생이 많습니다. 때때로 부질없이 느껴지고 간혹 진심으로 힘에 부치기도 앞으로의 막막함이나 지나온 길의 후회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기도 할 겁니다. 반복되는 하루는 스스로를 공중에 매달아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가끔 찾아오는 행복이 초봄의 목련처럼 금세 사라지기만 합니다. 그러나 나는 압니다. 여러분이 살아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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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 같이 24. 2.23 / 01:56

며칠간 전국에 내린 눈을 한데 모으면 얼마만큼의 높이가 될까. 어릴 적 나는 그토록 높고 큰 사람이 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 꿈이 무엇이었냐 묻는다면 대답할 수는 없다.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다만 여느 어린이가 그렇듯 나 또한 장대하고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만큼 얼토당토않은 그 무언가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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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한 승리 24. 1.22 / 02:56

구조화된 사회성과 비뚤어진 자아는 다툼이 잦다. 어떤 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곤 하는데 최근의 전적은 압도적인 자아의 승리였다. 간혹 사회성이 이길 때도 있으나 그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나는 자아의 이 겁 없는 행보가 걱정이 된다. 사회성을 본인의 아래로 보는 거만한 자세. 스스로에 갇혀 외부와 단절된 까막눈이. 타인의 소리에 아랑곳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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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돈 24. 1.14 / 02:09

정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저 내가 놓은 위치에만 있으면 될 뿐. 그러나 한 번씩 큰 소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누군가가 우리집을 방문하게 되는 때이다. 깔끔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인지 안 하던 방향제까지 뿌려가며 집을 치우고는 했다. 이것이 요즘 스스를 정리하는 마음이다. 실존적 무언가부터 데이터 조각까지 치부는 감추고 쓰지 않는 것은 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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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림노래 24. 1.10 / 05:20

아 지겹다. 언제까지 이 응석을 받아주어야 하는지. 밤의 우울은 낮의 나태함을 비난하고 현재의 모습은 과거의 미련함을 원망한다.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옭아매며 사지로 몰아세우는구나. 아직 늦지 않았다고 어디선가 속삭이지만 내 귀는 그것을 듣지 말라고 하네. 주변을 거대하게 만드는 내면의 목소리를 더 이상 따라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발자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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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감 24. 1. 8 / 02:59

예상하지 않던 일이 일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무언가들을 싫어한다. 정해놓은 위치에서 내 물건이 벗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다툼과 경쟁을 싫어한다. 부족함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을 싫어한다. 재촉하는 것을 싫어한다. 관심 없는 혹은 모르는 이야기가 오고 가는 자리를 싫어한다. 속마음이 들키는 것을 싫어한다. 제멋대로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해와 변화를 강요하는 것을 싫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