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사업 부도 - 파산신청합니다 24. 6. 7 /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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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노래를 듣는다.

아내를 그린 미술 작품을 감상한다.

길을 걷다 장난을 치는 연인을 본다.

세상에는 미움만큼 사랑이 차지하고 있다. - 때에 따라서는 그 반대일 테다-

그러나 나는 사랑을 모른다. 한 적도 없다.

예의 짧은 자서전에 몇몇을 늘어놓았는데

소위 짝사랑이라고 일컫는 순간들을 나는 경험했다.

그럼에도 가장 혐오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짝사랑이라는 단어다.

알량한 자존심을 부려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도 못하는 감정을 품고

설령 밖으로 내었다고 할지라도 상대에게 환영받지 않는 그것.

때때로 그 감정이 행동에 묻어 나와 어쭙잖게 처신하게 되는 그것.

오로지 한쪽으로밖에 흐르지 않는 일방통행의 그것.

그것은 도저히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랑을 빙자한 확증편향.

감정을 볼모로 삼은 인질극.

비단 사랑이 남녀 간의 그것만 있지는 않으리라.

가족을 떠올려 본다.

어릴 적 그들을 사랑했으나 나는 퍽 미움을 받았다.

성인이 되어 그들이 나를 사랑하나 나는 그저 받아들인다.

사회에서 학습된 아들로서의 역할을 하며.

쌍방이 주고받는 사랑을 하는 게 이렇게 어렵구나.

다시 이성 간의 주제로 돌아와 보자.

가끔은 무언가 노력이란 것을 해보기도 하였다.

당연하게도 결실을 맺는 법은 없었으며

실패라는 트라우마로 흠뻑 젖어버릴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상대에 대한 호감을 최선을 다해 부정하고

혹시라도 애꿎은 누군가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감정과 생각을 의심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이 뭔데.

안타깝지만 평생토록 알지 못할 것 같다.

'매력'이라는 것이 코빼기도 없으며

'성격'은 요상한데다가

'생긴 꼴'도 겨우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정도라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니까.

차라리 시원하다.

괜한 스트레스 받지 않아서 좋네.

좋나.

좋지 뭐.

안 좋으면 어쩔 건데.

작문 배경곡: 김결 - Come on, Sh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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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