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가슴을 가진 남자 22. 8. 8 / 00:17
남자의 가슴에는 모래 웅덩이가 있었다.
어떤 것을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 깊은 웅덩이가 말이다.
어느 날인가 한 사람이 다가와 그 웅덩이에 작은 씨앗을 심고 물을 주기 시작했다.
남자는 소용없을 것이라고 푸념하였고 가끔은 물을 주려는 그 사람을 밀치기도 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언젠가 반드시 꽃을 피울 것이며 더 이상 웅덩이가 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게 한참 물을 주던 사람이 갑자기 오지 않았다.
처음에 남자는 '드디어 포기했구나 ' 하며 본인의 생각이 맞았음을 또다시 확신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자 왜인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이 더 지난 후에는 걱정되기까지 했다.
남자는 견딜 수 없어 물을 주던 사람을 찾아갔다.
조그맣게 열린 문틈으로 본 그는 혼자 있고 싶어 하는듯했다.
남자는 지금껏 그가 자신에게 물을 주고 희망을 노래한 것처럼 본인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딘가 망가진 장난감처럼 다가가 어설픈 위로를 건넨 뒤 집으로 돌아왔다.
알고 있었다.
그런 말로는 그를 나아지게 할 수 없다는 걸.
힘이 되어줄 수는 없을까, 기운이 나게 할 수는 없을까, 같이 있어줄 수는 없을까.
허나 그러지 못했다.
그가 물을 주면 그저 그뿐이고 응원을 해주면 그뿐이다.
며칠이 지났다.
남자는 항상 그가 물을 주러 오던 곳에 서 있었으나 아무도 오는 사람은 없었다.
여전히 그는 방에 홀로 있을까.
궁금하지만 차마 가지를 못한다.
나의 가벼운 말로는 그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마음을 채워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어떻게 해야할 지 도무지 모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