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24. 6.2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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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술을 마시면 눈물이 많아지는 편이다.

방금도 손에 잉크가 묻었다는 이유로 눈물이 난 것처럼.

어쩌면 술을 마셨기 때문에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울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눈물은 대체로 웃음과 함께 나온다.

오롯이 슬픔을 받아들이는 일은 너무 버거운 탓일 것이다.

그러나 재밌게도 나는 비운의 주인공이나 비극적 사건에 휘말린 사람도 아니다.

다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일 뿐이다.

특히나 기쁘고 주체할 수없이 밝은 기분을 말이다.

이것이 극대화되는 것은 가족을 대할 때이다.

그들에게 밝은 기분을 보이는 것은 왜인지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기분이 든다.

기쁘고 긍정적인 마음을 밝히고 싶을 때도 내 몸은 온 힘을 다해 거부하려 한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그것이 가장 깊은 무의식에 안정을 주는 방법인가 보다.

나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일까.

2부

나의 깊은 외로움은 대체로 새벽에 발현된다.

그것이 술의 힘을 빌렸건 아니건 간에.

그러나 이 시간대에 누군가와 대화할 일은 거의 없다.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은 기대 없이 전화번호부를 뒤져본다.

그러고는 여전히 다름없음을 받아들이고 전화를 던진다.

그것이 나의 인간관계이며 지금까지의 삶인가 보다 하며.

물론 새벽에 깨어 있는 것이 대다수에게는 드물기도 하겠으나

나의 삶에 맞는 인연을 만날 수 없음에 한편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이기적이기도 하겠다.

3부

'모든 원인은 본인에게 있다'라는 말을 받아들인다.

지금껏 이 블로그에 언급된 모든 잘못들, 모든 불만들, 모든 우울들의 원인.

결국은 나로부터 생겨난 것들이다.

내가 부지런하지 못해서.

내가 부유하지 못해서.

내가 잘나지 못해서.

내가 긍정적이지 못해서.

내가 훤칠하지 못해서.

내가 남자답지 못해서.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내가 계획적이지 못해서.

내가 적극적이지 못해서.

내가 책임감 있지 못해서.

내가 이겨내지 못해서.

생긴 모든 일이다.

따라서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말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변화의 무언가를 이뤄내지 못했기에.

그저 이 하찮은 장소에 같잖은 글들을 끄적이고 마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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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