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으로부터의 가르침 18. 4. 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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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는 7일간의 긴 항해를 마치고 불완전한 훈련의 종결을 맞았다.

그 이전의 나는 하루, 이틀 길어야 5일이라는 -더구나 기상이 나쁘지도 않았다- 무난한 탑승만을 했었나 보다.

금번 7일 동안 '아, 배가 썩 편하지만은 않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흔들리는 선체 때문에 온종일 해 한 번 쬐지 못하는 상황, 정박할 때면 그 묵직한 쇳덩이를 몇 개씩 옮겨야 하는 번거로운 모습,

첫 며칠은 맛있었으나 4일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큰 차이를 못 느끼는 -오히려 맛없다고까지 생각이 들 정도의- 뱃밥,

끊임없이 교대되는 당직 방송, 벗어날 수 없는 페인트 같은 특유의 배 냄새들을 비롯한 여러 가지 한계점.

결국 어렴풋이 알고 있던 '어디든지 각자의 고충이 있다'라는 사실이 확실시되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나는 생각하게 된다.

'만약, 정말 만약이라도 내가 원하던 함정근무를 할 수 있게 전출을 갔다면 여전히 배에 대한 동경과 막연한 부러움을

가지고 있었을까? 혹 어린아이의 산타클로스 환상이 부모의 미숙한 실수로 모조리 들통나는 것처럼 해병과 함정 모두를

욕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렇다면 오히려 여태껏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게 하나의 다행이지 않은가.'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환상이 부서져버리는 것이 두려워 특정의 여행지를 일부러 가지 않거나

특정의 유명인을 굳이 피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들과 나는 같은 이유를 마음에 품고 있는 듯하다.

어쩐지 창밖의 비들을 보다 안도의 한숨이 피식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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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