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이유 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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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면 마음이 채워지는 건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내용은 사라지게 되고

오히려 가득 채워졌던 그 빈 공간이 늘어나 허한 느낌만 남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서의 무용론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글이 욱여 넣어진 마음은 늘어나고 늘어나다 한계를 맞이하고

결국 미세한 틈을 만들며 조금씩 찢어지게 되는데

틈새에서는 낭만과 감수성이 새어 나와 다시 틈을 메운다.

커진 공간은 다음 번 독서에 더 많은 생각과 내용이 들어간다.

혹시 아는가?

그러고 언젠간 같은 자리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채워질 것이며,

찢어지고 메워지며 겪은 쓰라림 혹은 더없이 허전했던 공허함을 비웃을 만큼의 즐거움이

소소한 위로를 건넬지.

웃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때때로 독서를 해야겠다 스스로를 다잡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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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점호를 하며 17.12.20 / ?

아침점호엔 연병장에 나간다. 겨울 특유의 늦은 일출 탓에 여전히 떠 있는 별의 잔재. 잠자리에서 미적거리듯 연붉은 빛이 서서히 번지면 나는 연속된 시간의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곤 한다.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며 가만히 올려다보니 퍽 잔잔하고 은은하기 그지없다. 그러기도 잠시. 곧이어 찾아오는 냉기에 어디에선가 해를 빌려 올 수는 없는지 발을 동동 구르고

By SimKiB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