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이유 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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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면 마음이 채워지는 건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내용은 사라지게 되고

오히려 가득 채워졌던 그 빈 공간이 늘어나 허한 느낌만 남는 것이다.

그렇다고 독서의 무용론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글이 욱여 넣어진 마음은 늘어나고 늘어나다 한계를 맞이하고

결국 미세한 틈을 만들며 조금씩 찢어지게 되는데

틈새에서는 낭만과 감수성이 새어 나와 다시 틈을 메운다.

커진 공간은 다음 번 독서에 더 많은 생각과 내용이 들어간다.

혹시 아는가?

그러고 언젠간 같은 자리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채워질 것이며,

찢어지고 메워지며 겪은 쓰라림 혹은 더없이 허전했던 공허함을 비웃을 만큼의 즐거움이

소소한 위로를 건넬지.

웃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내가 때때로 독서를 해야겠다 스스로를 다잡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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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