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겨울 23.11.17 /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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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능 날이었다. 아니, 어제였지.

아침부터 소란스러운 소음들이 들려 늦은 잠에서 깨어 창밖을 볼 수밖에 없는 그런 날.

나의 책상은 창가에 있고 그 틈으로부터 차가운 외풍이 새어 손을 시리게 만든다.

때문에 옷을 걸치고 이불을 담요처럼 덮고 있는 금요일의 새벽.

맥주를 한잔했더니 도대체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겨울이 코앞에 왔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어쩌면 지금껏 끌어왔던 지독한 결심을 맞이할 마지막 계절.

요즘 들어서는 왜 그러한 선택을 해야 할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날이 찾아와 그곳에 당도했을 때 나의 결단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러나 또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도저히 앞날에 대한 계획이라던가 용기가 없다.

더구나 이번 달부터는 이제껏 들어온 주택청약을 깨야만 생활이 가능하다.

일말의 보험마저 깨 부셔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와서 무언가를 또 시작해야 함을 떠올릴 때면 과연 그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세 달 남짓한 시간.

무너지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보이고 싶지는 않기에 깔끔히 청소하고 정갈한 용모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되도록이면 장례식에 조문객이 적기를 바란다.

또한 원컨대 그 이후 모든 이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도 없기를 바란다.

그들은 나로 인해 불행해지지 않아야 한다.

어떤 후회도 없어야 한다.

애초에 그러한 사실조차 모른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하지만 정말 내 마음은 그러할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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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