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연말 17.12.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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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병이 또 도졌는지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후임들이 무엇을 하든, 생활실.의무실 꼴이 어떻든 관심도 가지기 싫다.

쌓으려 노력했던 그 얄팍한 관계들에 싫증이 나고 권태와 회의감만이 침대처럼 포근하게 나를 감싼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그런데 '뭐? 얼마나 대단하고 특별하기를 바랐는데?'하듯 오래간만의 비만 내린다.

가끔씩 들리는 천둥소리가, 그 천둥소리가 말이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 살면서 이토록 깊은 울림을 가진 천둥소리가 있었는지.

세상에 많은 소리들이 있지만 오늘처럼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비를 내리며 적절한 크기로 들린

천둥은 처음이다.

마치 어리석은 인간으로는 포용 불가능한 무엇을 자연이 대신 위로해 주는 느낌이랄까.

어찌 되었건 다행이다. 그리고 조용히 기쁘다.

다른 때도 아닌 크리스마스이브에 그것도 우울함에 흠뻑 젖은 오늘 같은 날

회색의 분위기를 있는 힘껏 내줄 수 있는 비가 내려서 말이다.

세밑을 보내기에 충분한 우울함이다.

암, 그렇고말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비를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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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