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기억과 짧은 돌아봄 22.12.26 / 23:54
[2013년 여름, 강릉 어느 친구의 집]
왜소한 체격의 남자아이가 기타를 들고 제이레빗의 <talkin' bout love>를 연주한다.
둘러앉은 친구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뭐가 재밌는지 실없이 웃고 있는 모습이다.
맞은편의 소년과 소녀는 이후 연인이 될 예정이며 옆자리의 여자아이는 먼 훗날에서야 무릎을 맞댄 남자아이가 알게 될 짝사랑을 하고 있다.
[2018년 12월의 추운 겨울, 대구 팔공산 정상]
군대를 마치고 복학을 한 청년이 도시의 야경을 바라본다.
새내기 시절의 설렘과 부푼 기대감은 거뭇한 그을음으로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고 이미 저지른 선택들과 앞으로의 미래들에 끝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하얀 입김을 내쉰다. 채 반년이 되지 않아 그는 죽음을 시도할 것이다.
귓속에서는 커피소년의 <나를 사랑하자>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2022년 올해, 많은 것이 지나간 1년이었다.
어쭙잖은 사랑 타령도 해보았고 용기를 내어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보았으며 그 몰랐던 사람들과 여행을 했다.
내 존재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반면 내 스스로를 더욱 경멸하게 됐다.
생전 않던 운동을 거의 매일 내 의지로서 했으면서도 몇 날 며칠을 이불 속에만 있기도 했다.
10년 만에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나기도 했으나 10년 가까이 알던 친구와 멀어지기도 했다.
유독 몸이 좋지 않아 잔병치레가 잦은 이번 겨울이다.
쿨럭이는 기침이 잦아들고 벌써 여름이 온 듯 불덩이 같던 몸뚱어리가 적당히 식어 이제 괜찮겠다 싶을 때 즈음의 오늘 저녁 퇴근 버스 안에서 한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마냥 밝았던 학창시절의 나와 한없이 어두웠던 20대 초반의 나를 관통하는 두 가수가 결혼을 했단다.
작은 놀라움과 그것보다는 큰 반가움을 느꼈다.
하얀색과 검은색을 섞었더니 주황색이 나왔다고.
보통의 상식으로는 말이 되지 않을지언정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올해도 잘 보냈다.
수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