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성당 앞에 앉아 / 23. 5.15 23:56

Share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기억을 미루어보니 2개월 만이다.

목적지는 공세리성지.

충남 아산의 한 마을에 위치한 조그마한 성당이다.

시간이 늦어 본당은 닫혀있었지만 주변의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적하고 조용한 공간에 나 홀로 있는 느낌.

결국 그것이 나에게는 필요한 것이었다.

집안에 박혀 눅눅한 이불과 뒹구는 것은 충분히 누렸기에 더 이상 있다가는 정신이 나갔겠지.

날씨가 선선하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차들의 소음이 아득하게 울린다.

말을 걸만한 사람도 없고 바람마저 살에 닿을 듯 말 듯 하다.

돌아가야 하지만 (정말 돌아가야 할까... 돌아가야겠지)

쉬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스승의 날이라고 몇 장의 편지와 아이의 선물을 받았다.

잘 부탁드린다는 그 말이 가슴을 턱 막는다.

거짓 스승, 불성실한 선생.

다가올 앞날이 두렵다. -

Read more

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