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하나, 반갑지 않은 하나 23. 5.29 /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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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친구가 하루 머물다 갔다.

누군가 놀러 오면 늘 하는 일은 똑같다.

근처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고 노래방을 들렀다가 집에서 술과 대화.

다음날 차를 빌려 드라이브.

그러고는 보내주는 것이다.

아, 이번에는 하나가 달랐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도 보았지.

지금 나는 적막하고 텅 빈 방 안에서 홀로 앉아 있다.

한차례 지나간 소란함은 어느새 아스라이 사라져 현관에 쌓인 술병만이 꿈이 아니었단 사실을 말해준다.

공허함.

무기력함.

우울함.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후유증.

즐거움이 크면 클수록 그 후폭풍은 덩달아 커진다.

앞선 글들에서 수없이 기록된 나의 썩고 문드러진 마음은 왜 이럴 때 유독 눈에 띄는 걸까.

말이 씨가 될지, 그리고 그 씨앗은 정말 싹을 틔울지.

여전히 몇 년 후를 그리는 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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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