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하나, 반갑지 않은 하나 23. 5.29 / 03:55
고등학교 친구가 하루 머물다 갔다.
누군가 놀러 오면 늘 하는 일은 똑같다.
근처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고 노래방을 들렀다가 집에서 술과 대화.
다음날 차를 빌려 드라이브.
그러고는 보내주는 것이다.
아, 이번에는 하나가 달랐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도 보았지.
지금 나는 적막하고 텅 빈 방 안에서 홀로 앉아 있다.
한차례 지나간 소란함은 어느새 아스라이 사라져 현관에 쌓인 술병만이 꿈이 아니었단 사실을 말해준다.
공허함.
무기력함.
우울함.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후유증.
즐거움이 크면 클수록 그 후폭풍은 덩달아 커진다.
앞선 글들에서 수없이 기록된 나의 썩고 문드러진 마음은 왜 이럴 때 유독 눈에 띄는 걸까.
말이 씨가 될지, 그리고 그 씨앗은 정말 싹을 틔울지.
여전히 몇 년 후를 그리는 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