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17.12.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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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쓰고 안 쓰고는 개인의 자유다.

그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는 없다.

아주 없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대부분 없다.

어쩌면 사소한 실수들??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는 데 제1의 이유는 뿌옇게 변해버린 세상이다.

근시, 원시, 난시를 떠나 정상인에 비교하여 흐린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물체나 인물을 판별하는 부분이 취약하다.

이는 실수라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실수의 가능성을 안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안경은 별로 매력적인 도구는 아니다.

어릴 적엔 어떻게든 안경을 쓰려고 별별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그 효과가 나타난 건 뜬금없게도 평범히 살아가던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었나...

이후 여러 안경을 써 보았다.

뿔테, 금테, 동그란 테, 각진 테, 갈색, 보라색(?), 은색...

안경 교체의 시기는 보통 깔고 앉거나 밟아서 테가 부서진 경우라던가 체육 시간에 공에 맞아

테가 부서진 경우라던가 하는 터무니없는 이유가 거의 다였다.

사춘기 시절 외모는 어쩔 수없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된다. 그리고 안경을 쓰면 못생겨진다. -이게 포인트다.

그래서 초기의 결론은 -잘 어울리고 말고를 떠나- '안 쓰는 게 제일 좋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시력장애인의 숙명적인 현상인 뿌연 세상이 좋아서 안경이 쓰기 싫어졌다면 납득이 힘들 수도 있겠다.

(라섹, 라식을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맑은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혹시 아이유의 '안경'이라는 노래를 들어 보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진실 또는 민낯으로 표현될 수 있는 그 맑고 선명한 세상이 썩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비겁자, 방관자, 겁쟁이 등등이 수식어로 따라붙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뿌연 세상이 좋다.

마치 대도시의 야경처럼 말이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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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