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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의무실에 작지 않은 일이 생겼다.

그동안 의무병과 환자 사이에 쌓였던 갈등이 터진 거다.

물론 언젠간 터질 일이었지만 그 방법이 썩 좋지 않았다.

하여 여러 사람들이 곤란, 억울, 짜증에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생각해 본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또 하나의 사유.

퇴실 조치 후 승재가 환자들에게 흡연장으로 끌려(?) 갔다.

실장님이 여쭈어보셨을 때, 과연 나는 몰랐는가?

이전에 숱한 환자들의 문제를 목격하고는 괜히 겁이 나 후임들에게 떠맡기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나는 생활실장이라는 직책을 맡을 자격이 있는가?

다른 이는 두고라도 나 홀로는 착한 이미지로 비치는 것이 정당한 삶인가?

어쨌든 바뀌겠지 했던 근거 없는 희망이 발목의 추가 되어

심해로 심해로 더 깊게 한없이 자괴감 속으로 끌고 간다.

그러니......

제발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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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불완전한 안녕 26.03.14 / 20:24

나는 불안합니다. 이 불안은 찰나의 기쁘던 순간들이 정말로 찰나에 그치게 될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괜한 짓들로 되려 조심스러워진 지금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를 것을 허황되게 담아버린 자신에게 가는 불안입니다. 따라서 이 불안을 놓아주어야겠습니다. 나의 불안이 상대의 행복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에.

첫 날의 방문지 26.01.01 / 20:32

신정이다. 오후 늦게 일어나 카레에 밥을 비벼 먹고 집을 나섰다. 매서운 추위다. 일전에 독서모임의 누군가 추천을 해준 ‘나바호‘라는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다. 내외부의 모습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나무로 된 건물, 서부시대와 인디언이 떠오르는 장식들. 사람이 많아 대기를 해야 했다. 대부분은 친구들, 연인들인 듯 보였다. 버터크림라떼를 주문하여 시집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